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가정용 냉방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감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가중 되고 있다. 특히, 에어컨 사용량이 조금만 늘어도 요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누진제 때문에 고민이 더욱
크다.
온라인에선 ‘누진제 폐지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단체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적용된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따르면 여름철 한 달간 에어컨을 하루 3시간 가동하면 월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킬로와트(kWh) 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약 12배가 뛰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기 위해 누진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소득 재분배 효과는 감소하고 오히려 저소득층에
절약을 강요하는 상황이 돼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정부는 누진제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자 땜질식 처방으로
7~9월중 전기요금을 일시적으로 할인해 주기로 하고 연말까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이 국민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가령, 에어컨을 안 트는 계절에 월 350㎾h 전력을 써 6만여원의 전기요금을 내던 4인 가족이
하루 8시간 에어컨을 틀 경우 사용전력은 800㎾h로 늘어 누진제 완화 혜택을 감안해도 34만여원을 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작, 3만여원이
할인될 뿐이다.
월 전기요금을 30만원 넘게 내면서 3만원 아꼈다고 고마워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가정용
소비 억제만으로 전력 수급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편의주의적이다.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는 방치한 채 가계에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정부 정책은 하루빨리 시정될 필요가 있다.
한전은 폭염 때문에 힘겹고, 전기요금 폭탄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난해 13조원의 순이익과 2조원의 배당 및 성과급이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정부와 한전은 명심해야
한다.
/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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