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윤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바다와 하천을 통틀어 망둑어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연안의 조간대에 발달한 간석지이다. 간석지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에 잠기고 햇볕에 드러나는 일이 매일 반복되는 곳으로, 주로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만 장마가 질 때는 담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염분 농도의 변화가 심하고, 물에 잠겼을 때와 햇볕에 드러났을 때의 온도 변화도 심한 곳이다.
또 육지에서 흘러온 민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과잉의 영양염류와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여과 작용을 함으로써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 생물의 산란과 부화에 영향을 미치는 퇴적물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물리, 화학적인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간석지이다.
게다가 사람의 접근이 쉽기 때문에 바다 환경 중 가장 많이 연구되고, 흥미를 제공해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갯벌로 이루어진 간석지가 전체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전체 지구 면적에 비해 간석지의 면적은 너무 좁고 지역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일수록 넓은 간석지가 발달하는데,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그 면적이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만큼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특히 많은 망둑어들이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 새만금 해역에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인 1990년대에 서식했던 망둑어의 종 수는 풀망둑을 비롯하여 약 15종이었다.
망둑어는 대부분 1~2년생의 소형 물고기로 높은 밀도로 간석지에 서식하는데, 그 지역 해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중간 소비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랫바닥의 조수웅덩이에 주로 사는 날개망둑과 흰발망둑은 동물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라고, 이들 자신은 농어와 조피볼락의 주요 먹이가 된다. 또 봄철에 산란을 마친 후 죽은 수많은 풀망둑의 사체는 유기물로 축적되어 게와 갯지렁이, 민챙이 등 무척추동물의 먹이가 되고, 이 무척추동물은 다시 이 해역 주요 어종인 조피볼락과 넙치, 풀망둑의 먹이로 이어지며 먹이 사슬을 형성한다.
(새만금해역에서 사라진 아작망둑)
그러나 새만금방조제 건설이후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사라졌고, 망둑어과 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짱뚱어를 비롯하여 숨이망둑, 아작망둑, 황줄망둑 등이 새만금에서 이미 자취를 감추었거나 차츰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망둑어들이 간석지에서 하나둘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 물고기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이 땅 위에 인간만 남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자연이다. 물론 인간이 누리고자 하는 좀 더 좋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개발이 필요할 때가 있고, 이러한 개발이 우리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은 궁극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이미 경함하고 있다. 오늘날 재앙에 가까운 자연재해는 결국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간석지의 갯벌이 가져다주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수산 자원의 80~90%가 직간접적으로 간석지를 비롯한 연안에 의존하고 있다. 또 물고기와 게, 새우 등 많은 수산 생물이 하구역이나 연안에서 알을 낳고 자라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무척추동물 등은 해양 생물의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 외에도 자연 탐구를 위한 교육 장소로서의 기능과 정화 기능을 비롯한 생태적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간석지의 중요한 역할이다.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개발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