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07(화) 341호

 

 

 

최윤 교수의 어류학 개론 ⑫ 사라진 은파호수의 물고기들

2020.06.13 16:20:48

 

 

 (위)흰줄납줄개와 (아래)떡납줄갱이

 내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한반도 연근해에서 출현하는 상어를 비롯한 물고기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이다.
 
10년 전쯤 물고기 연구를 하면서, 은파호수에 사는 물고기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에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 등 아름다운 우리의 토종 물고기들이 있었고, 또 민물검정망둑과 밀어 등의 망둑어과 물고기들이 살고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상어 연구에 몰두하느라 8년이 지나버렸고, 2년 전 여름에 은파호수를 지나다가 한 낚시인이 배스를 낚아 올리는 것을 보고 불길한 생각이 들어 곧바로 유인어망과 투망을 챙겨 조사를 해보았지만, 우려했던 대로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 등 우리의 토종 물고기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누군가 은파호수에 넣은 외래어종 배스로 인해서 우리의 물고기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단지 바닥의 돌 틈에 살면서 배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밀어와 민물검정망둑만이 여전히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을 뿐이었고, 얼마전에도 이들 물고기들이 살고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1980년대에 조사된 고 최기철 박사의 ‘전북의 자연’에 은파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목록에는 잉어, 부엉,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떡납줄갱이, 납자루, 납지리, 가시납지리, 참붕어, 참몰개, 왜몰개, 버들매치, 치리, 백조어, 미꾸라지, 국수뱅이, 송사리, 드렁허리, 갈문망둑 등 19종이나 되고, 내가 확인한 밀어와 민물검정망둑을 합하면 모두 21종이나 되는 물고기가 은파에 살고 있었던 것 이다. 

 특히 이들 물고기 가운데 각시붕어와 치리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한반도의 하천에만 살고 있는 한국 특산종임을 생각하면, 은파에서 사라진 우리 물고기들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하천이 아닌 격리된 호수에 이처럼 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이것은 은파가 최근에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호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외래어종의 침임으로 우리의 물고기들이 사라져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배스라고 하는 낮선 침입자로 인해 자취를 감춰버린 은파호수에 각시붕어와 흰줄납줄개가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사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식해버린 배스 때문에 이들 물고기를 호수에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은파 주변의 생태학습관에 수족관을 마련하여 과거에 은파호수에 살았던 물고기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우리의 후세들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 아닐까?


 
                                                                                    최 윤

                                                    한국어류학회장,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장 역임
                                              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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