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05.21(토) 407호

 

 

 

(칼럼) 30년 신기루 새만금

2021.12.13 08:11:11

 

                                                                             
                                                                               최연성
                                                           군산대 교수/군산발전포럼 의장

 
  군산에서 새만금 30주년은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시민들은 한때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설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희망은 품지 않는다. 정치인들이나 정부에서 선거철 되면 대대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구호를 내걸지만 그걸 믿는 시민은 없다.

  허구한 날 무엇과 무슨 협정을 했다느니, 무슨 사업을 하기로 했다느니 하지만 관련자 일부를 빼고는 관심이 없다. 특급호텔을 건설한다고 아랍에서 거물급이 다녀가고,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고, 상하이로 만들자느니, 두바이라느니, 아니다 암스테르담이다는 식의 말 잔치가 정권 바뀔 때마다 난무했지만, 이젠 누구도 그런 헛소리는 안 한다. 해봤자 믿지도 않고, 욕만 얻어먹는다.

  지난 30년간 대야, 서수, 임피 등 군산 동부권에 그 정성을 쏟았으면 수산업은 더 발전했을 테고, 환경 시비도 없을 테고, 값싸고 양질의 공업단지에 많은 기업을 유치했을 텐데. 새만금은 안 할 수도 없고 해도 공사비도 못 건지는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새만금은 거대해져서 누가 함부로 밀어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냥 권력자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그런 곳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는 별로 없다. 30년 전에 착공식에서 환호했던 분들은 이제 인생의 뒤안길로 접어들었고, 그분들은 살아생전에 새만금에서 영화를 보기는 진작 포기했다.
 
  얼마 전에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번에 선정된 갯벌은 순천만, 신안, 고창, 그리고 서천이다. 이 4곳 못지않게 우수한 곳이 두 곳 있었는데 이번에 끼지 못했다. 새만금과 인천-강화 앞이다. 끼지 못한 이유는 자명하다. 개발이 진행 중이라 갯벌이 원형을 잃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큰 가치를 잃었다.
 
  새만금은 처음에 농지로 시작했다. 그런데 전국에 농지는 남아돌고, 우리가 공들여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드는 새 타지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넓은 농지가 택지, 상가, 산업용지로 전환되었다. 새만금 덕분에 방방곡곡에 농토와 산림을 갈아엎어 빌딩 지을 여유가 생겼다.

  새만금에는 광대한 인공 담수호가 생겼다. 목표 수질은 4급수로 농업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답을 정부는 내놨다. 언제 가능하리라는 예측도 없다. 이 호수에 신시배수갑문과 가력배수갑문이 있는데 여기로 해수가 들락날락하며 호수가 썩는 것을 근근이 막고 있다. 자칫하면 제3의 배수갑문을 더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만경강, 동진강 하구에 토지를 조성하면 그 토지는 누가 관리하게 되는가, 동상이몽이란 말이 이럴 때 딱 맞는다. 부안, 김제, 군산은 다 자기 앞바다를 메웠으니 자기 땅이라고 생각했다. 땅 싸움이 날 것이 명약관화한데 공사는 시작되었고, 아마 100년 뒤에도 송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상실감이 큰 쪽은 군산이다. 이 사업에 가장 열의를 보였고, 바다일 때의 해상경계선으로 치면 무려 71%가 군산시 수역이어서 당연히 거기 땅은 군산 땅이겠거니 여기고 있었는데,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1/3씩 3개 시군에 쪼개주었다. 불만을 가진 군산은 지번 부여할 때마다 소송으로 응수하려고 하겠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겠나? 노른자위인 새만금 신항이나 수변도시의 주인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이렇게 미래가 애매한 국책 사업은 없다.

  좌충우돌하던 새만금 드라마는 최근 극적으로 반전해서 시청자를 흥분시켰다. 대통령이 나서서 새만금에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30년 전, 20년 전, 아니 10년 전에도 이런 발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세계유산인 갯벌을 갈아엎어 태양광발전소 지을 궁리를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새만금은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이 가능한 곳이다. 탄소중립이니, 친환경 에너지니 이런 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것들이 왜 하필 천혜의 자연을 파괴한 그곳에서, 무려 30년이나 공들인 그곳에서 벌어지는지는 설명이 안 된다.

  사실 시민들은 이런 문제를 집요하게 따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정치적인 사건은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사건으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누구도 태양광발전소가 새만금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만금은 무엇을 해도 다 되고, 또 무엇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그런 곳이다.

  요즘 새만금 산업용지에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지역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기업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도록 우리는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 새만금은 딱 이런 용도로, 산업중심으로 필요한 만큼만 개발되었어야 했다.
 
  30년은 긴 세월이다. 그 세월 동안 망망대해에 황홀한 신기루가 솟아 있었다. 그것은 상하이 같기도 하고, 두바이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암스테르담 같기도 했다. 가끔 정신이 들어 보면 그곳은 소금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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