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9.21(화) 389호

 

 

 

(칼럼) 옥구 차(茶)의 가치

2021.08.06 16:28:02

 

 '옥구 차는 군산지역 대표 토산품' 사서에 기록 

 청암산 일대 "상당한 군락 이루고 있었다" 추정

 

                                                     최연성 / 군산대학교 교수


 가치에 주목하고 보전에 마음 모아야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오곡, 뽕, 삼(麻), 닥나무. 왕골, 밤, 차(茶)의 일곱 산물이 옥구(沃溝)의 토의(土宜)라고 기록되어 있다. 토의란 한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알맞아서 많이 생산되는 특산품을 말한다. 오곡과 뽕은 지금도 이 지역에서 잘 자란다. 근자에 삼 재배는 하지 않는데 인근 한산에서 명맥을 잇는 것을 보면 과거에는 많이 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밤나무도 많았던 모양이다. 옥구는 금강, 만경강 하구에 있으므로 왕골은 지천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산물이 하나 보이는데, 그것은 차다. 차라면 하동, 보성, 제주에서나 재배하는 줄 알았는데, 세종 시절에 옥구가 차 재배에 적지였다는 것이다. <세종실록 지리지>는 1454년에 편찬되었다. 그로부터 100여 년 뒤 <신증 동국여지승람>이 나왔는데, 여기에도 옥구의 토산품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대하, 대게, 곤쟁이, 조기, 숭어, 준치, 웅어 등 해산물이 대부분인데 농산물은 딱 두 가지가 있다. 차와 생강이다.

  차는 차나무의 여린 잎을 따서 덖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쌍화차, 십전대보탕, 생강차, 대추차, 감잎차, 국화차 등 수많은 음료를 다 차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것들은 차가 아니다. 차는 반드시 차나무의 잎을 사용해야 하며, 그 역사는 수천 년이 넘는다. 밥 먹듯이 예사로운 일을 다반사(茶飯事)라고 하듯이 차(우리는 다로도 읽는다)는 세계인의 입에서 뗄 수 없는 기본 음료다.

  세종실록에 특산품으로 기록되었다면 고려 시대부터 옥구에서는 차를 재배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적게 잡아도 700년 전이다. 그런 옥구 차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잊혔을 뿐이다. 청암산에 가면 차나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군산시에서는 보전지역을 정해 어떡해서든지 보호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차 재배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위축되거나 사라졌다.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나 인도차이나반도 북부의 온난한 지역인데, 우리나라나 일본은 당나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꾸준히 육종을 거듭하여 일본 토양에 적합한 품종으로 개량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일본 녹차다. 일제 강점기에 이 녹차 나무가 한반도에 이식되고, 일본 녹차가 수입되어 유통되는 바람에 한국 차는 씨가 마르고 만다. 옥구 차도 그 시기에 재배가 중단되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렇게 해서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진 옥구 차는 20년 전에 차 애호가들의 답사에서 다시 발견된다. 물론 청암산 일대 촌로들의 기억에는 있었지만 아무도 그 가치에 주목하지 않았고, 수풀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첫 발견 당시는 높이 3미터 이상, 수령 60년 정도로 추정되는 나무가 있었고, 상당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나무 일부가 근근이 숨 쉬고 있다.

  옥구 차는 군산 지역을 대표하는 토산품으로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옥구 차의 제일 가치이다. 다음으로 옥구 차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세종실록이나 동국여지승람은 옥구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차를 재배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옥구보다 더 북쪽은 한군데도 없다. 즉, 차의 북방 한계선은 옥구다. 차나무는 동백과 식물로 아열대 식물이다, 옥구가 차 재배에 적합했다는 것은 이곳이 온난하고, 다습하기 때문이다. 차나무의 식생을 연구하는데 옥구는 소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익산 함라에 가면 야생차밭이 거창하게 조성되어 있다. 체험관도 있고, ‘야생차북한계군락지’라는 비석이 우뚝 서 있다. 차는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 가꿀 가치 있는 작물이다. 함라라면 옥구 바로 인접 지역 아닌가? 익산은 역사에 한 줄도 없는 차 군락지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문화유산으로 만들었다. 익산시의 노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옥구 차는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다. 차 시장은 커피 시장보다 크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단순히 찻잎 생산만이 차 산업이 아니다. 찻잎 한 장 나지 않는 영국이 세계 홍차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시라. 커피콩 한 알 나지 않는 시애틀의 스타벅스가 커피 시장을 제패하고 있지 않나. 차와 관련한 문화, 차의 유통, 카페, 다식, 다기 등 차 산업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옥구 차의 전통을 지킬 때 군산은 이런 시장에 손부끄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초의선사는 차를 백진준영(百珍雋永)이라 했으니, 모든 음식 가운데 으뜸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아무리 음료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차와 떨어져 살기는 어렵다. 옥구 차의 가치를 가벼이 보지 말고 옥구 차 보전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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