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09.20(금) 308호

 

 

 

[Z세대 톡톡]수고했어, 오늘도

2019.08.29 18:05:02

 

열아홉 먹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열아홉은 하루 하루 산다는 것에 충실하다는 것. 

당장 내일이면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산다. 입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입시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시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장 폭발적으로 느끼는 나이다.

열아홉은.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쓰다가 매점에 가서 과자봉지나 라면스프를 뜯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일이 된다.

그 피곤에 찌들어버린 눈빛이 아주 잠깐 빛을 내는 시간이다.

나는 기숙사에 살아서 그런지 종종 탈주하는 친구들을 목격하는데 대개 이유는 모의고사를 말아먹었거나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거나 그런 흔들거리는 감정선을 툭 건드리는 일들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밥 먹다가 우는 친구들도 종종 있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나 대학 갈 수 있을까! 하다가 어느샌가 눈물이 얼굴에 길을 낸다. 사소하게 자주 슬프고 자주 기쁜 나이다.

‘소확행 리스트’

-매점 갔는데 내가 먹고 싶었던 삼각김밥이 아직 안 팔렸을 때
-급식이 맛있을 때
-자소서 쓰다가 드라마 볼 때
-집 갈 때
-1교시 체육일 때
-택배 개봉식 할 때
-할 일 다하고 침대에 누워서 웹툰 볼 때
-좋아하는 연예인 제대 할 때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참 신기한 것 같다.

여전히 청소년이라 나는 여전히 철이 없고 시도 때도 없는 감정기복에 허우적거리지만 내년이면 앞자리가 바뀐다.

바뀌는 숫자를 실감하기도 전에 나는 ‘성인’이 된다. 합법적인 음주가무와 찜질방에서 외박이 가능한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면 더 이상은 철 없이 굴지 않을 것 같고 내 감정을 조절하게 될 것만 같다.

그래서 아직은 아주 대단한 무엇인가로 변할 것 같은 기대가 더 크다. 벌써 8월 말이다.

곧 9월이 온다.

열아홉이 되면 다들 큰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그게 조금은 슬프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인생에서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주어진 것에 가장 크게 감사하는 나이라는 것이다.

어른이 되기 전에 입시라는 녀석에게 호되게 당하면서도 내 주변을 둘러 싸는 모든 것에 대한 의미부여와 삶을 향한 어떤 무수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이다. 십대의 끝자락에서 나를 돌아봤을 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믿고 묵묵히 간다.

언젠가 빛나는 날 오겠지 싶어서.


 

/이정우 학생

전북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본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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