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GM은 갔다. 지방선거도 끝났다. 새로운 민선 시장의 취임을 앞두고 있지만, 군산시로서는 이전보다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방재정, 즉 ‘돈’에 있어서는 극심한 이중고가 예상된다.
돈은 늘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재정도 마찬가지다.
군산시 재정이 제 역할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우리 시민들의 삶은 더 편해지거나 더 고단해진다. 앞으로 재정의 역할은 더욱 커지는 반면에 재정 여건은 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군산시 재정이 제 역할을 다하기는 훨씬 힘들어지고, 좋은 재정의 중요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다음에서는 새로운 민선 시대를 맞는 군산시의 재정 운영에 대해 몇 가지 기대 사항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민선 군산시에 거는 첫 번째 기대는 ‘좋은 재정은 미래를 제시하고, 실천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전망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지방정부 운용의 기본이다. 군산시도 2009년 이래, ‘50만, 국제관광 기업도시 군산 건설’을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상정하고, 새만금시대를 힘차게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제시해 왔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발표할 때만 잠시 관심을 끌었을 뿐 이후에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왜 그랬을까? 마치 선거공약집처럼 장밋빛 미래상도 멋있었고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들도 근사했지만, 실천을 위한 재원조달계획은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이듬해인 2010년 예산안과 중기지방재정계획은 군산시 비전과는 전혀 상관없이 짜여졌다.
‘좋은 재정은 미래를 제시하고, 실천을 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게 되면, 군산시는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길을 나선 나그네의 모습이 되고 만다. 미래와 실천을 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뜻을 모으고 공공성의 입장에서 군산시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설계할 싱크탱크의 구성이 시급하다.
민선 군산시에 거는 두 번째 기대는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사유재는 공공재에 비해 과잉 생산?소비되고 있다. 반면에 교육?의료?주택 등과 같은 일부 공공재의 경우는 과소 생산?소비되고 있다. 공공재의 생산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데, ‘누구에게 얼마나 세금을 부과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원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공공재가 과소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 건설 등과 같이 독점적 민간업체와 밀접히 연관된 부문은 오히려 과잉생산 된다.
또한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된 분야에서도 정부의 과잉지출이 제법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 방식도 정부가 직접하던 방식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돈’이 되기 때문이지만,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효율성 향상보다는 단지 재원조달이 쉽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만 따진다면, 별반 차이는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정부가 빚을 지는 것은 눈에 띄지만, 민간투자를 받는 사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하지는 않지만 당장 세금이 들어가지 않으니 일단 시작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돈을 쓰려면 누군가는 부담을 해야만 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경우에도 민간기업의 이윤을 누군가는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모두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돈 값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 들어간 돈보다 가치 없는 일을 한다면, 군산시의 정책은 정당성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원리는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모든 경우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투명한 정보의 공개’다. 비용편익분석의 결과, 수요예측, 투자사업의 계약 내용 등이 투명하게 널리 공개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민주화나 사회복지의 확대 등 정부 역할의 증대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고, 세금 증대에 대한 반감이 많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타당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부 역할의 강화는 힘들게 될 것이다.
민선 군산시에 거는 세 번째 기대는 ‘시민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용어 중에 ‘goo-goos(good government guys : 좋은 정부는 추구하는 사람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좋은 정부’의 정의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르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도 다양하다.
그러나 좋은 정부를 갖기 위한 조건 중에서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좋은 정부를 요구하는 시민들(goo-goos)’이 많아져야 좋은 정부는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서 이미 온 몸으로 체험했다.
군산시는 시민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의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시민들은 군산시의 재정을 제대로 알려고 하고, 좋은 재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좋은 재정을 펼치는 좋은 정부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 때문이다.
시민들은 납세자 주권의식을 갖고, 절차에 있어서의 ‘재정민주주의’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세금은 형평성 있게 엄격하게 부과되고 있는지, 그 세금을 군산시가 적절히 쓰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공공의 이익을 저버리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될 것이다.
군산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그들은 ‘좋은 정부를 추구하는 군산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강태구 호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