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07(수) 421호

 

 

 

창업 불모지, 생태계를 구축하라

2018.06.29 16:13:43
 

 

[기획특집 4]



창업 불모지, 생태계를 구축하라


자본, 기술, 인재, 이런 것보다 기업가정신, 성공하겠다는 갈망이 더 중요

창업 생태계를 살려야 그 불꽃 보고 불나방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도시로 성장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기술연구소장


민들레는 봄바람에 수많은 홀씨를 날려 보내 새 봄을 기다립니다.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또 그렇게 홀씨를 날려 보내죠. 창업은 마치 민들레 홀씨가 꽃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한 기업이 탄생하면 언젠가는 쓰러지겠지만 그로 인하여 더 많은 기업이 탄생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창업생태계입니다. 창업도시는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추어진 도시를 말하며, 그런 곳은 민들레가 건강하게 자라서 홀씨를 퍼뜨리듯이 창업 토양이 비옥해야 합니다. 노키아는 쓰러졌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본과 기술, 인력이 몰려왔고 덩달아 죽었던 노키아도 부활하고 있습니다.



창업도시의 조건


며칠 전 놀라운 뉴스가 들려왔다. 로레알그룹이 한국의 ‘주식회사 난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난다(브랜드명 스타일난다)는 김소희 대표가 2005년 인천 부평 자기 집에서 보세 의류를 인터넷으로 팔면서 시작되었다.

그 때 그녀의 나이는 22살이었다. 이후 화장품 제조 및 판매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0년 초 디자이너였던 김봉진 대표와 몇몇 선후배들이 뭔가 돈벌이가 될만한 앱을 만들어보고자 답십리 카페베네에 모였다. 이것저것 궁리하다가 음식배달 앱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배달의민족’은 탄생하였다. 올해 중계거래액은 2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두 사례는 인터넷 거래를 활용하였고, 청년들이 자본 없이 스타트업해서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기업은 서울에 있다. 서울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

서울은 창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창업도시에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여건이 잘 갖춰지면 좋을 것이다.

첫째, 교통, 주택, 치안 등 도시 인프라와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이 질 갖춰져야 한다. 이 점에서 서울은 매력적이지만 비싼 물가, 교통 체증은 약점이다.

군산은 기업유치를 위해 정주여건 개선 노력을 꽤나 해왔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분야는 교육이다. 전북외국어고등학교를 유치했고, 교육발전진흥재단을 설립하여 서울 대치동 수준의 강사를 초빙해서 특별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특목고도 있고, 대학이 5개나 된다.

그리고 문화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이 건립되었고, 시립예술단이 설립되어 매달 수준 높은 음악회를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되었고 모범적인 평생학습도시이다. 근대문화유산을 보전하고 관광자원화하여서 도시 브랜드도 좋다. 창업에 걸림돌이 될 정도의 장애는 없다.

둘째, 광대역 통신망,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 조건은 이제 서울이라서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① 네이버 데이터센터. 서늘한 기온과 냉각수를 찾아서 춘천에 입지했다.

다음 본사는 제주에,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춘천에 있다.

네이버가 춘천으로 간 이유는 온도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수 많은 컴퓨터와 저장장치드로 인하여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호반도시 춘천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수량이 네이버를 유인한 것이다. 남광우 교수(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는 데이터센터의 입지조건에서는 군산이 결코 춘천 못지않다며 데이터센터 유치를 일찍 주장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② 김석철 교수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군산-새만금 구상.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을 준다.


셋째, 자본이 풍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현할 자본을 만나지 못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엔젤 투자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좋다.

군산은 이번에 큰 위기를 맞았다. 여러 대책이 강구되어 진행 중이지만 아쉽게도 효과를 거둘만한 것은 눈에 뜨지 않는다.

산업위기지역이라면 당연히 산업을 재건할 처방이 필요한데, 그런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후유증 치료 수준이 대부분이다. 산업재건을 위해서는 창업이나 기존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이 최우선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 군산공장 폐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자본이다. 자본이 마련되지 않고 어떻게 창업을 하며, 기업을 재건한단 말인가?

이스라엘은 흔히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불린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청년들은 남녀 구분 없이 국방 의무를 지고 있는데 어떻게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혁신기술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가?

불굴의 의지와 성공에의 갈망으로 표상되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민관이 협력해서 조성한 양질의 펀드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③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학교로 꼽힌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이런 수준의 대학이 없다.

요즈마 펀드는 1993년 이스라엘 정부(40%)가 민간기업(60%)과 공동으로 조성한 모태펀드로 설립당시 2억6천만 달러로 시작하여 10년 만에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 펀드를 통하여 오늘날까지 20개가 넘는 기업들을 나스닥에 상장되었거나 글로벌 기업에 매각되었다. 요즈마 펀드가 이스라엘에서 벤처신화를 창조하는 바람에 현재 전 세계 벤처펀드의 35%가 이스라엘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나스닥에 상장시킨 기업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다.

군산이 진정 위기에서 탈출하기를 바란다면 정부는 군산판 요즈마펀드를 조성하여 군산에서 창업하기를 원하거나 신기술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려는 기존기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런 펀드가 조성되면 우량기업들은 군산으로 몰려오게 되어 있다.

넷째, 인재가 많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혼자서, 아니면 몇몇이 모여서 시작하게 되지만 초기개발에 성공해서 시장에 진출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적시적기에 좋은 인재를 구하지 못하면 창업 다음인 성장과 도약에서 실패하거나 아니면 인재가 많은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

‘난다’의 경우, 인천 부평에서 기틀을 닦았지만 결국은 디자인 인력이 풍부한 서울로 이전했다. 서울은 자본과 인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그 어느 곳보다 유리하다.

군산이 좋은 기술을 가진 좋은 인재를 원활히 수급받기 위해서는 교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우선 호남의 틀을 벗어나서 금강권역을 비즈니스 기반으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 새만금-군산-익산-세종-대전으로 이어지는 금강권역을 미래 발전축으로 삼아 메가테크노벨트를 구성하는 것이 군산 발전이나 국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런 구상은 2016년 작고한 세계적인 건축가 김석철 교수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었으나 초대형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인재 확보를 위한 또 한 가지 방안은 군산-새만금을 글로벌 창업기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 선전, 광둥지역은 자국민들만으로 창업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꿈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들며, 액셀러레이터나 벤처 캐피털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될 성 싶은 기업을 키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글로벌 창업지구가 없다.

군산-새만금에 굴지의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괜찮은 기술과 끼를 가진 인재를 불러 모아 창업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

다섯째, 창업을 위한 제도와 지원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물리적인 거리는 별로 의미가 없다.

그런 것보다는 지원제도와 잘 구성된 네트워킹, 창업자를 우대하는 분위기, 창업에 대한 열정, 기업가정신의 고취, 지식재산과 기술거래 활성화 등 건강한 창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서울이 창업도시로서 갖는 장점은 바로 이 점이다. 서울은 그 어느 곳보다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열기와 그 열기를 실현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군산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창업지원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스톱으로 최단기간 내에 창업하도록 도우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급히 제정하고, 이 조례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관을 군산으로 유치하고, 벤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창업 꿈나무들은 군산을 기웃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소설가 버나드 쇼는 “두 사람이 사과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가 서로 교환했다면 여전히 사과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두 사람이 아이디어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서로 교환했다면 그들은 이미 두 개씩의 아이디어를 갖는 셈”이라고 말했다.

창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며 그 아이디어는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나서 더 나은, 더 돈이 되는 아이디어로 확장된다. 아이디어가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창업생태계의 임무이며, 군산은 이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시스템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이스라엘 건국의 일등공신이며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육성한 시몬 페레스 전 총리는 “변하고 또 변하자”를 입버릇처럼 읊조렸다고 한다.

군산이야말로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 낡은 성을 보수하기 보다는 새 성을 쌓아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군산에서 거론되는 위기대응 방안은 여전히 낡은 성을 보수하자는 쪽이 대부분이다. 임시방편이라면 몰라도 그런 방식은 머지않아 또 다른 위기를 야기할 것이 틀림없다.

(▶다음호 : 기획특집 5 군산형 창업전략)

 

 

 

 

 

인사말 ㅣ오시는 길 ㅣ개인정보취급방침 ㅣ 신문구독신청 ㅣ 광고문의  ㅣ 기사제보 ㅣ 독자기고 ㅣ 이메일자동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