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07(수) 421호

 

 

 

선진국의 창업도시들

2018.06.01 12:07:57
 

[기획특집 2]

 

 

선진국의 창업도시들



창업의 양과 질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 창업하지 않는 도시는 역동성 없어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기술연구소장

잘 나가는 창업도시에는 뭔가 새로운 일을 저지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청년들을 자극하여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수동적이고 패배적인 자세란 용납되지 않지요.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뭔가를 만들고 또 부수며 혁신제품에 도전하지요. 애플도, 구글도, 알리바바도 다 그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혁신가들의 메카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는 아름다운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을 끼고 산호세 쪽으로 가게 되면 팔로알토를 거치게 되는데 이곳에 명문 스탠포드대학이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이었던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는 지도교수인 프레드릭 터먼으로부터 취업이 어려우니 차라리 창업을 해보면 어떠냐는 권유를 받고 1938년 전자제품 제조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라고 해봤자 팩커드가 사는 집의 차고에 헌 책상이 전부였다. 호주머니에는 지도교수에게 빌린 돈 538달러가 있었고, 개발장비는 드릴공구 하나뿐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된 휴렛-패커드(HP)의 시작은 이처럼 볼품이 없었다.

그랬던 HP는 이후 통신기기, 계측장비 컴퓨터 등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내 정보화시대를 여는 개척자가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는 1989년 이 차고를 사적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대 중반의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션 블레차르지크는 패기는 넘쳤지만 딱히 할 만한 일을 찾지 못하고 샌프란시스코에 모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늘 회의나 행사가 많다.
 
어느 날 디자인 관련 큰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이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발을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궁한 돈을 마련할 겸 그들이 사는 아파트 일부를 빌려주기로 하고 에어베드 3개를 구입했다.

간단한 조식도 제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되었고, 기업가치는 310억 달러(약 33조원)이며, 현재 190개국에 5백만 개 이상의 숙소가 있다.

2017년 8월 5일에는 하루에만 250만 명이 에어비앤비에 투숙했다고 한다.




이들뿐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만을 에워싸고 있는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트위터, 이베이, 야후 시스코, 인텔, AMD, 앤비디아, 오라클, 제록스, 테슬러, 우버를 위시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호령하는 많은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셀 수 없는 창업기업들이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슈퍼파워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 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고, 또 하나는 뛰어난 장사꾼 기질이다.
 
장사꾼 기질은 협의로는 사업수완이라고 할 수 있고, 요즘말로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세상을 변혁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말한다. 이 열정과 의지야말로 창업을 성공시키는 제일 요인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애플 컴퓨터를 설계하지도 않았고, 프로그래밍은 더더욱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는 컴퓨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사용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이자 기술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설득해 동업자로 끌어들였다.

잡스의 주문은 까다로웠지만 워즈니악은 그의 열정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밤새워 애플 컴퓨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세상은 뒤집어졌다.

창업은 결코 기술만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잡스와 같은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하며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정신의 소유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경기활성화에는 창업이 가장 효과적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지난 2000년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한 때 그랬다.

빈 손으로 시작해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 건설, 에너지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들을 만들어낸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런가?
 
IT, 콘텐츠 등 첨단산업은 미국에 뒤지고, 제조업은 중국과 아세안에 밀리며 산업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한국은 게임, 반도체 등 극히 일부를 제하고는 혁신을 찾기 어렵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4차산업혁명의 주요분야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해서 추격자 신세가 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혁신 분위기가 수그러들자 창업이 위축되었고, 창업이 줄다보니 혁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 신기술의 빠른 수용 융합과 다양성 등에서 창업기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반면에 창업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 자본, 브랜드 등에서 대기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은 상호 협력해야 한다. 창업기업이 혁신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려할 때에 대기업은 그 시장을 놓고 경쟁하려 할 것이 아니라 투자하여 우군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는 창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그래서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창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018년도에 창업지원에 7796억원을 배정했다. 그랬다가 이번 추경에 다시 7116을 추가 배정했으니, 총 1조5000억 정도가 창업에 배정된 것이다.

문제는 산업위기지역이자 고용위기지역인 군산이 얼마나 갖다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군산의 분위기와 의지에 달려 있다.

군산이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벤처를 육성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여전히 한계산업을 붙들고 세계적인 조류를 외면한다면 가져올 창업자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굴기에는 창업이 큰 역할

창업자 수로만 보면 중국은 세계 1위다.

2010년 세계 15위였는데 불과 2년 뒤인 2012년에 세계 1위로 올라선 이래 요지부동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냥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국가주도의 창업지원제도와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청년들이 중국을 세계 창업의 중심지로 만든 것이다.

베이징에는 인재와 자본이 넘친다.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이 있다.

그리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중관춘이 있다. 중관춘이 처음 만들어진 1988년만 하더라도 한국과는 큰 격차가 있었다.

베이징 중관춘 창업거리. 혁신을 뜻하는 Inno라는 조형물이 중관춘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하루 평균 1.86개의 스타트업기업이 탄생하고, 2만개의 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40여개의 대학 캠퍼스와 200여개의 연구소가 75평방킬로미터(새만금의 약 1/5) 내에 꽉 들어차 있다.

마윈은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대학 영문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 번역으로 근근이 먹고 살게 되는데, 1994년 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구경한다.

귀국해서 홈페이지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으나 큰 재미를 못보고 팔아치웠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의 잠재력을 알았고 창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1999년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자상거래 기업을 설립한다. 그 때 그가 가진 돈은 고작 50만 위안(약 8500만원)이었다.

이렇게 해서 알리바바가 세상에 나왔다. 며칠 전 알리바바는 2018년도 1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이 무려 619억3200 위안(약 10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나 늘었다고 한다.

1999년은 IMF 직후로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벤처창업을 적극 육성했다. 외환이 모자라 금모으기 운동까지 펼치던 시절인데 열에 하나 성공한다는 벤처창업에 돈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나중에 보니 판단은 옳았고, 그 때 네이버를 비롯한 많은 IT 기업들이 설립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알리바바가 일명 4대 1선도시라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에서가 아니라 항저우라는 2선도시에서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꼽힌다. 특히 외국인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외국인이라도 우수한 아이템을 들고 오면 최고 1억위안까지 지원한다. 이러다보니 항저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인재 순유입률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

군산에서는 GM 철수로 자동차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항저우에 있는 지리자동차는 요즘 잘 나간다. GM이나 현대차는 이미 능가했고 벤츠와 경쟁하려든다. 지리자동차는 한참 전인 2010년에 볼보를 인수했다.

볼보는 더 이상 스웨덴 기업이 아니다.

볼보는 2019년부터 더 이상 내연기관차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사실 지리자동차가 선언한 것이다.

미래차산업의 중심지는 이제 디트로이트도 아니고 울산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창업도시 항저우가 이미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군산이 벤치마킹할만한 도시이다.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의 작은 나라다.

이 나라에서는 20분이면 창업이 끝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된다는 암호화폐를 국가차원에서 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전 세계에서 누구든지 10분이면 이레지던스라는 에스토니아 영주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런 혁신적인 분위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창업 야심가들이 에스토니아를 찾는다. 이미 스카이프 같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기업)이 여럿 탄생했다.

세계의 주요도시들은 창업에 명운을 걸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 ZTE DJI가 있는 중국 광저우, 선전은 중국내 스타트업 금융투자 1위 지역으로 창업에 있어서 이미 실리콘밸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도시를 넘어서 나라 전체가 창업 열기로 뜨거운 이스라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하지만 5000개가 넘는 스타트업기업을 키우고 있는 싱가포르 등 많은 도시가 창업으로 달려가고 있다.

창업의 양과 질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창업하지 않는 도시는 역동성이 없어 쇠락할 수밖에 없다.

군산도 이제 창업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다음호 : 기획특집 4 창업 불모지, 생태계를 구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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