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3년 일본에 의해 창건
= 1945년 남곡스님 동국사 명명
= 단청없는 대웅전 도심속 자비 온상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일배, 이배, 삼배... 그렇게 백배를 넘고 이백배를 넘고 그리고 무릎 끓고 고개 숙여 일어서기를 여러번 천배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진중한 합장으로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묻는다.
동국사를 찾았던 날 한 아주머니가 대웅전 앞에서 합장을 한다. 하루 반나절을 그렇게 기원에 기원을 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무엇 때문에 이다지도 간절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렇게 대답한다. 자식걱정, 남편걱정, 그저 만사평안하게 해주십사하고 빌었다는 것이다.
‘나’는 없는 모두에 대한 천가지 소원을 빌었던 것이다. 바로 우리 어머니의 상이다.
도심한복판, 온 동네 광명의 빛을 뿜어내는 이곳, ‘동국사’ 여느 사찰길에서 맞는 새소리, 바람소리와 산세 좋고 물 맑음은 없어도 속세에 시름 젖는 우리네 마음을 달래는 데는 여지없는 평온함이 있다.
명산동 사거리에서 군여고 쪽으로 10m, 그리고 왼편으로 다시 100m 쯤 돌아 걸어가거나 구 군산소방서를 지나 월명공원 입구에 위치한 동국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국사는 자연을 떠난 도심 속 부처라는 이례적 감회를 빼고도 여러 가지가 새롭다. 참 작고 소담하다.
말끔히 닦여진 마당, 정갈히 다듬어진 정원수, 대웅전을 말하는 육중한 현판과 정문 앞에 바로 보이는 범종이 없고서는 언뜻 잘 짜여진 아흔아홉간짜리 사대부 양반댁 같다.
일단은 건물이라고는 딱 두 개뿐이다. 들어서는 순간 눈에 드는 범종과 사찰인의 기거처인 요사와 한 몸이 돼 있는 대웅전뿐이다.
또 단청도 없다. 굳이 화려하고자 함은 아니나 절집하면 떠오르는 빨주노초 형형색색의 단청빛이 빠져있는 꾸미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건축양식도 많이 다른듯하다. 대부분의 사찰이 격자무늬에 창호지로 풀매김한 전통 한옥형 출입문을 하고 있는데 반해 동국사 대웅전은 앞뒤, 좌우전면이 문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창호지가 아닌 유리로, 둥근 통나무를 통으로 끼운 석가래 대신 네모 반듯이 잘 다듬은 정교함을 보이고 있다.
지붕 끝자락에 양철 물받이를 대놓은 것도 평범한 시골집 슬래트 지붕을 느끼게 한다.
범종 주변 돌비석도 특이하다.
아담하게 매달은 범종을 중앙에 두고 빼곡히 주위를 둘러싼 서른일곱개의 돌비석은 생각하는 상, 손을 든 상, 날개를 달고 승천하는 상 등 다양한 형상, 고뇌의 몸짓으로 무언가를 심판받고 있는 것 같다.
부처 광명에 귀의하고자하는 아라한의 시름 섞인 몸짓인가, 죽어 부처 앞에 다시 선 비굴한 인간에 대한 최후 심판대인가.
일찍이 대웅전 뒷편 석탑 주변에 있었던 것을 탑 철거직전 여기에 옮긴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떤 해사함이란 찾을 길없이 오직 소박하고 정갈하기만 한 자그만 절집, 동국사가 다른 남다른 이유다.
모든 게 일인(日人)에 의한 일인 것에 의해서다.
1913년 일본인이 만든 동국사는 철저히 일본식 건축양식에 기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절에 필요한 재료 역시 전부를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불전 앞, 굳이 향을 피우지 않고도 은근한 향 내음에 젖을 수 있는 것은 당시 일본에서 들여온 스기나무 본연의 향 때문이며 네모반듯한 석가래, 빛없는 단청이 우리 것과는 다르다. 온통 일본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남곡'스님이 부임하면서 오늘의 ’동국사‘로 명명되었고 지금까지 시민안녕을 지키며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천번을 꿇어앉고도 다시금 머리 조아리는 아주머니 마음처럼 그렇게 말이다.
/글 : 오현(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