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산제 마을 수호신 주민 안녕
= 당산나무 통해 농사 풍년 기원
= 미신으로 당산제 거의 소멸
필자가 태어난 시골에 당산 나무가 있었다.
마을 앞 논에 마련된 동산에 한그루가 있었고 우리집 울안에 또 한그루가 있어 암수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해방 후 농경지 정리 작업으로 논에 있던 당산나무가 없어지자 울안에 있던 나무도 베어냈다.
미신에 의존하던 사고방식의 잔재들을 없애버린 것이다. 세상이 변한 탓이다.
이제 그 흔적조차 찾을 길 없다.
혼자의 힘이 버거울 때 우리는 의지할 곳을 찾는다.
따듯한 말 한마디의 고마운 친구일수도 있고, 넉넉한 가슴을 지닌 푸근한 사람일 수도 있다.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기대어 산다고 하여 사람인(人)이라 하지만 둘이어도 안되고 여럿이도 곤란할 경우에 우리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교회에서 말하는 하나님,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버팀목이 된다.
한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당산마을도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옛 고향 마을 입구의 수백년 된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 주민의 안녕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의 당산나무는 당산제를 통해 한데 어우러져 시종 든든한 지킴이가 되었다.
이는 민족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나무를 섬기는 신앙과도 관계가 깊어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조선말 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그러나 큰 나무를 마을의수호신으로 삼는 당산제가 주민들에게 협동단결 시키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안 일제에 의해 탄압되었고 해방 후에는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당산나무는 베어져 없어지게 되었다.
설령 남아 있다 해도 당산제는 그 명맥 찾기가 힘들다.
군산지역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 될 만한 희귀성 나무는 아직 발견 된 바없다.
곳곳에 수백년 된 노거수(老巨樹)들은 많으나 그나마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개가 마을 공동으로 보호하고 있으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150년 이상 600년 되는 거목, 약 20여 그루가 볼만하다. 서수면 관원리 은행나무와 어청도 고송, 옥구읍 상평리 광월마을 느티나무, 성산면 고암리 마동마을의 팽나무는 보호수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옥구읍 상평 광월마을 300년생 느티나무와 500년생 느티나무는 서로를 그리는 연인인양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차라리 마주보고 섰다는 표현이 어울릴 성 싶을 정도다.
300년생 느티나무는 넓은 풀밭에 자리해 멋을 더해주고 500년생은 상평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천혜의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다.
시멘트로 의자를 만들어 놓아 마을 사람들의 한걸음 휴식처로 한몫을 한다.
임피 읍내리 느티나무는 두그루가 있다.
임피초등학교 교정에 자리잡은 보호수로 전국 제281호, 지역 제38호로 지정되었다.
나이가 500년이 훨씬 넘었으며 둘레 5m인 이 느티나무는 그러나 밑둥이 4m만 남겨진 채 지금은 잘려져 있다.
임피초등학교 교문 바로 옆에 멀뚱하니 서 있는 느티나무가 볼만하다. 하늘을 바라보고 웅장히 치솟아 있는 느티나무는 전국 제1134호, 지역 제6호 보호수로 둘레 5m, 높이 30m로 푸르른 잎새는 한여름을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준다.
이는 임피초등학교가 지닌 역사성에 더욱 힘을 싣는 애물이며 현 임피초등학교 자리는 옛 임피현의 동헌이 있던 곳이다.
일제때 일본인에 의해 허물어지고 지금의 학교가 들어섰다.
지금까지 이 나무들과 함께 남은 것으로는 향교와 조세 행정을 보던 청사, 옛날 현 관리와 선비들이 휴식을 하던 연못 뿐이다.
서수 축농리 외무장마을에 안옥히 자리한 보천사절 옆 산 중턱을 따라 한걸음 오르다보면 의젓하게 품새를 자랑하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들어온다.
이 나무는 나이 500년, 둘레 8.25m, 높이 10m의 거목이다. 이미 아레 부분의 안쪽은 썩어 비어 있으나 가지는 넓게 번져 여전히 무성하다. 1924년 일본이 헐어서 가져간 보천사의 큰 절 마당에 심어졌던 것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정성껏 돌보아졌고 이후부터 이 느티나무의 잎이 위에서부터 피어질 때는 농사가 잘되고 밑에서부터 필 때는 농사가 잘 안되는 징후를 나타냈다고 한다.
모진 세파를 업고 묵묵히 한마을 역사와 함께 같이한 나무의 의미가 시들해진 지금 당산나무가 가진 풍성한 여유에 지금도 우리는 마음 속으로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글:오현(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