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룡’자 지명, 연못, 방죽 특이 장소
= 지역별 역사성 담겨 교육적 효과
= 고장 이해 관심과 의미 많아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한(限) 이라는 설움의 자리를 비워 두어야했던 민족, 환희의 웃음보다 시름 젖은 눈물이 더 많았던, 굳이 포용력이 있다고 말하기보다 마음속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채이고 채이다 찢기고 찢기다 지쳐서 결국 포기하고, 핍박을 받으며 살면서도 포용을 말하는 선한 민족인데 일제의 탄압에 몸서리치고 자존심마저 가질 수 없는 역사의 운명 속에 살아온 우리 조상들, 악으로 버티면서 더 강하고 억세게 살아왔던 이유는 오늘을 살기위한 골 깊은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여기 그 현장들이 남아 있어 그 현장의 의미를 새겨본다.
□ 째보선창
째보선창은 언청이를 얕잡은 말의 ‘째보’와 배가 닿는 곳의 의미인 ‘선창’이 붙어 생긴 이름이다.
조선조 숙종 27년 (현 죽성동) 서쪽 낮은 산 아래를 흐르는 내(하천)의 포구를 말한다.
당시는 둔율, 송창, 개복 등에 있는 야산에서 모아진 물줄기가 둠벙(늪)이 되었고 여기서 큰 내(하천)를 이뤄 째보선창으로 흘렀다.
그 지도를 보면 아흔아홉다리에 버금가는 다리가 (구)영동 파출소 근방에 그려져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또한 째보선창에서 해망정까지의 강가에는 주함인 군산창호를 중심으로 발빠른 배들이 즐비하게 대기 하고 있었다 한다. 그리고 조선 말까지 경포(京捕)의 일부가 되어 삼남(충청, 전라, 경상)의 농산물(쌀, 보리, 모시, 과일)을 상인들의 손을 통해 서울지방으로 보내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째보선창은 1899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그 서쪽으로 현대식 선착장이 마련되면서 설애(경포)와 아울러 겨우 어선이 출입 할 정도의 너절한 갯가로 전략하게 된다.
한때 아낙네들의 널브러한 품새와 함께 떡과 술 국 등을 팔고 사는 작은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나마도 간데없고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만 있을 뿐 삭막하기만 하다.
간혹 어업의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어부 몇사람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어 그 모습이 안타깝기 만하다.
□ 둔뱀이
‘둔댐이’는 오늘의 둔율동이다.
숙종 시절 이곳에는 군산진의 병영이 있었고 그 주변 야산에는 여러 과일나무가 있었는데 밤나무가 특히 많았다.
둔소(屯所)의 ‘둔’은 한자음으로 발음하고 ‘율’은 새김으로 발음을 해 둔율리가 되었고 ‘이’는 둔밤이를 부르기 편하게 붙인 음운상 접미어다. 그리고 여기 둔밤이에 ‘이’ 모음동화 현상이 가미에 ‘둔뱀이’가 되었다는 일설도 있다.
그러나 좀 억지스런 감이 없지 않으나 당시 이 일대에 늪이 많아 늪이나 방죽이 사투리로 불리는 둠범이가 진화되어 ‘둔뱀이’가 되었다는 의견에 신빙성이 있다.
□ 미룡, 소룡, 오룡
용(龍)자가 들어있는 지명은 수없이 많다. 용(龍)은 영적존재로 탁월한 상징성이 있지만 수십년 묵은 잉어가 때를 만나 승천한다는 설화가 있듯 물과의 인연이 매우 깊다.
즉 연못이나 방죽들의 장소를 의미한다고 풀이 할 수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명시된 전라우도의 미제(米堤), 벽골제(碧骨堤) 언저리에는 한자가 붙은 지명이 있기 마련이다.
미룡동은 미제방족을 끼고 있고 소룡동은 점방산 중턱에 끊이지 않는 샘터를 지니고 있으며 오룡동은 나지막한 구릉에 샘터가 다섯군데나 있어 어쩌면 당연하게 명명된 이름인 것 같다.
자고로 물이 흔하면 농사가 잘되고 그 근처 사람은 귀한 쌀밥을 먹을 수 있어 풍요를 상징한다. 때문에 그 언저리는 늘상 마을이 형성되기 마련이었고, 서당이나 향교, 학교가 세워지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이웃 옥구군 서수면 용전마을은 장끝방죽(구 용제)을 끼고 용이 승천했다는 데서 생긴 지명이며, 같은 면의 마룡리 용전마을 역시 수제를 사이에 두고 육우(陸雨)와 풍년제를 올리니 달아났던 용이 수제에 돌아왔다는 전래가 흥미롭다.
□ 모지산
모지산은 지금의 삼학동 일대에 있던 낮은 산을 일컫는다. 옛날 설애는 경장동에서 한성으로 보내지는 화물이 집결돼 각종 곡식 및 과일, 건어물이 즐비했고, 이외 충청 한산 모시 및 나리포, 쑥골, 삼베 등이 진포(현 군산)로 형성되어 거래되었다.
그중 모시와 삼베는 제대로 된 건조가 필수였기에 지금의 삼학동 일대를 적지로 삼았다. 넓은 초원에 너울거리는 그 모습이 마치 수천마리의 황학, 백학과 같다 해서 오늘의 삼학동이 되었다한다.
이는 목포 앞바다 섬에 수많은 학들이 모였기에 삼학도라 이름 지어진 것과 흡사하다.
/글:오현(수필가)
